청담동·이태원·부암동… 속속 등장하는 ‘테라스 맛집’
지난 23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태양이 쨍쨍 내리쬐지만, 테라스 자리에는 사람들이 가득 찼다. 실내 에어컨 바람은 테라스에 미달했지만,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36도 폭염도 큰 문제가 아닌 듯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고, 망고 빙수도 순식간에 물로 변했다. 여자들은 민소매 원피스에 선글라스, 남자들은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햇볕을 즐겼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적 드물었던 거리가 ‘테라스 마법’으로 살아났다. 마주 보고 있는 ‘보메 청담’과 ‘스케줄 청담’, 그 위에 있는 ‘테라스룸’이 ‘테라스 맛집’으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테라스’는 푸대접의 공간이었다. 테라스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계절인 봄⋅가을은 상대적으로 짧다. 게다가 한국의 여름은 습하고 덥다. 최근 몇 년간은 황사와 미세 먼지의 습격까지. 야외 운동 할 때 자외선 차단 패치까지 붙일 정도로 희고 잡티 없는 피부를 선호하는 경향도 컸다. 유럽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구별하는 기준이 ‘양산’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최근 잘나가는 공간의 특징은 ‘테라스’다. 위 세 곳뿐 아니라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 ‘보마켓’, 서울 종로구 부암동 ‘몽유도원 도이창’ 등 테라스로 승부하는 카페가 적지 않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등에 새로 생기는 카페나 레스토랑은 어떻게든 테라스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 테라스의 신분 상승이다.
◇이국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의 한 테라스 하우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집에서는 아이들의 외침과 어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은 이렇게 시작한다. 유럽에서 ‘테라스’는 필수 공간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양대 카페인 ‘카페 드 플로르’와 ‘레되마고’처럼 유럽에서 1층에 있는 카페나 식당은 테라스가 필수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밤의 카페 테라스’도 프랑스 아를에 있는 실제 카페를 배경으로 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테라스 인테리어의 핵심은 이국적인 분위기에 있다. 보메 청담에 있던 한미영씨는 “식물들로 가득 찬 테라스에 있다 보니 이 거리가 방콕 도심인지, 청담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 못 나가 답답했는데 앉아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해외 경험이 많은 20~30대는 해가 나면 피하지 않고 그걸 쬐던 서구적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황사와 미세 먼지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2주간은 높은 온도에도 습도는 예년보다 낮아 그늘만 들어가도 시원하기도 했다. 보마켓에 있던 이진아씨는 “테라스에 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상쾌하다. 얼마 전 보랏빛 하늘은 너무 예뻤다”고 말했다.
◇자연 채광에 사진 잘 나와
테라스란, 건물에서 직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튀어나온 공간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도 일찍이 애용되던 건축 양식. 고층에 있는 튀어나온 야외 공간을 특별히 ‘발코니’라 호명한다. 3층에 있는 ‘테라스룸’은 엄밀히 따지면 ‘발코니룸’인 셈이다.
야외 공간의 가장 큰 장점은 자연 조명 효과로 예뻐 보인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이곳에는 “서울 시내 미남, 미녀들은 다 모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연예기획사 캐스팅 관련자들도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사진도 잘 나온다. 몽유도원 도이창에 앉아 있던 이진리씨는 “테라스에 앉아 사진을 찍으면 필터 앱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테라스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기도 한다. 일본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이름도 ‘테라스 하우스’다. 그래서인지 ‘스케줄 청담’은 젊은 남녀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건축가 양진석은 자신의 책 ‘집 짓다 담다 살다’에서 “오롯이 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테라스 공간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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