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간다 vs 비싸다"…카카오뱅크, 공모가 논란 속 주목해야할 3가지 이유
카카오뱅크가 오는 8월 6일 코스피에 상장합니다. 시장 관심은 과연 '따상'(신규 상장 종목이 첫 거래일에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인 30%까지 상승해 마감하는 것)을 할 수 있을지에 쏠려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은 일단 흥행했다는 평가입니다.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중복 청약 없이도 58조원이 넘는 증거금을 모집했거든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진행한 결과 증거금은 약 58조3020억원이 걷혔습니다.
청약 증거금 기준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수치인데요. SKIET(80조9017억원),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 카카오게임즈(58조5542억원), 하이브(58조4238억원)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규모에 해당합니다. 여러 증권사에 청약할 수 있는 중복 청약이 적용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대흥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뱅크가 따상에 성공하면 카카오는 시가총액 100조원이 넘는 그룹에 등극하게 됩니다. 현재 한국에서 시총 100조원을 넘는 그룹은 삼성과 SK, LG, 현대자동차 등 딱 4곳이거든요. 전통의 4대 그룹 외에 처음으로 다른 이름이 코스피에 새겨지는 역사적인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일단 카카오뱅크가 성공할 몇 가지 이유를 짚어봐야겠습니다.
"MZ세대와 10대 공략했다"…국내 1위 금융 앱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성공할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압도적인 사용률을 보이는 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이라는 지점입니다.
회사를 평가하는 다양한 평가지표가 있습니다.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지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느냐'입니다. 2010년대 초 모바일 시대가 본격 도래한 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내린 결론은 딱 하나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우리 서비스에 묶어 둘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 이용자 수에서 4대 시중은행을 앞지릅니다. 카카오뱅크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한 달간 앱에 접속한 이용자 수)는 1335만명에 달하는데요. 단연 뱅킹 앱 중 1위입니다. 2위는 KB국민은행의 스타뱅크인데 1000만명 수준이고요. 신한은행 878만명, 우리은행 577만명, 하나은행 424만명 정도죠(지난 5월 기준, 모바일인덱스). 모바일로 금융을 처리하는 시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으로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겁니다.
더 중요한 건 2030 MZ세대 비율이 높다는 겁니다. 카카오뱅크는 20·30대 비율이 59%에 달하죠. 미래 충성 고객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겁니다. 보통 시중은행들이 40대나 50대 고액 자산가를 유치하는 데 힘쓰는 것과는 정반대 행보입니다. 물론 코스피 상장 이후에는 고액 자산가를 키우는 방법도 고민하겠지만요.
카카오뱅크는 한 발 더 나아가 경영활동을 하지 않는 10대도 공략합니다.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10월 말 14~19세 전용 상품으로 내놓은 '카카오뱅크 미니'가 바로 그것인데요. 본인 명의 계좌나 주민등록증이 없는 10대에게 가상 계좌를 발급해주는 것이죠. 입금, 송금, 더치페이, 온·오프라인 결제, 교통카드 등이 모두 가능한 선불 전자 지급 수단인데요.
청소년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엄카(엄마카드)' 안 쓰고 '내 카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쿨'해 보여요. 거기다 카카오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기도 하고요.
지난 6월 말까지 카카오뱅크 미니에 가입한 청소년은 85만명입니다. 국내 만 14~19세 인구의 39%에 달하죠.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쥔 이 세대가 나중에 무슨 은행을 쓸 것 같으세요? 자연스레 카카오뱅크로 넘어가지 않겠어요? 카카오뱅크의 '틈새 전략'이 아니고요. 미래 세대를 타깃한 핵심 전략이죠.
"테크핀은 다르다"…카카오뱅크는 기술회사
두 번째로 카카오뱅크가 성공할 이유는 '기술 회사'라는 점입니다. 카카오뱅크는 태생부터가 정보기술(IT) 사업으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가 만든 금융 자회사죠. 즉 '테크핀(TechFin)' 회사라는 얘깁니다. 은행과 증권, 카드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IT를 접목하는 '핀테크'와는 시작이 다른 겁니다. 이미 구축된 금융 서비스를 IT로 개선하는 것과 시작을 IT로 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죠.
카카오뱅크를 기술 회사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전체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개발자라는 것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 직원 1023명 중 40%가 개발자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이미 2018년부터 경력 개발자를 공개채용하고 있죠. 여기에 향후 3년 동안 5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개발이나 IT가 비용의 관점인 기존 금융사에서는 개발자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죠. 카카오뱅크 개발자는 성과 중심의 연봉제로 계약을 하는 반면 기존 금융권은 호봉제이기도 하고요. 기본 구조가 다른 점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할 때 은행 입출금 등을 관리하는 핵심 전산 시스템에 리눅스(Linux) 운영체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요. 은행권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리눅스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오픈소스 형태인데, 다른 운영체제보다 설치 비용이 30% 저렴하죠.
카카오뱅크는 리눅스로 10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아꼈는데, 이렇게 줄인 비용은 모두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데 썼습니다. 2017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모든 은행과 편의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수수료가 무료잖아요. 전 금융권 중 유일한데, 여기에 들인 비용이 출범 후 지난해까지 1300억원가량이었죠. 기술로 돈을 아껴서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킨 거예요. 고객들 니즈가 무엇이냐고요? 평소 쓸 일이 거의 없는 현금을 가끔 뽑아 쓰는 데 수수료로 500~1300원을 내라고 하면 얼마나 아까워요. 고객들 마음을 읽은 것이에요.
"대표님이 없다"…카카오 조직문화 고스란히 이식
카카오뱅크가 성공하는 마지막 이유는 바로 카카오의 조직문화가 이식돼 있다는 겁니다. 카카오뱅크를 포함해 카카오만의 조직문화가 있죠. 카카오에선 모든 구성원을 영어 이름으로 부릅니다. 김범수 의장도 '의장님'이 아닙니다. 그냥 브라이언일 뿐이죠.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메이슨이고요. 조수용 카카오 대표는 션으로 불립니다.
호칭이 영어라는 건 꽤 큰 의미입니다. 반대 의견을 좀 더 편하게 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겠죠. 회사에는 'NO'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다른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죠. "대표님, 그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나요? 그 대신 "브라이언, 그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라고 얘기할 수는 있겠죠. 의사소통의 자유로움이 한층 수월해지는 것이에요. 카카오뱅크도 마찬가지입니다. 윤호영 대표는 대니얼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불립니다.
특정 아이디어가 채택되면 상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을 맡는 태스크포스(TF)가 꾸려지는데요. 여기엔 카카오만이 가진 애자일 문화가 적용됩니다. 보통은 기능별로 조직이 구성돼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기획자는 기획자끼리, 개발자는 개발자끼리 따로 조직이 꾸려져 있죠. 하지만 카카오는 목적 조직별로 TF를 순식간에 꾸리고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한 팀이 되는 것입니다. 일단 빠르게 아이디어를 상품이나 서비스로 구체화하는 게 지상 과제인 것이죠. 소통이 수월한 것은 당연하고요.
특히 상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카카오뱅크 사내 협업툴 '아지트'에 모두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누구나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어요. 이 지점이 중요한 지점인데 보통 회사에서는 정보를 쥐고 있다는 게 힘으로 여겨지죠. 그러나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순간 힘의 분산이 이뤄집니다. 카카오뱅크에는 직원들끼리는 100(전부)을 공유하고 외부에는 비밀을 유지하는 '100대0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가 성공할 몇 가지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금융이라는 레거시한 분야에서 카카오뱅크가 과연 메기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